| 한 여름의 무더위가 가시고 있는 때에 추석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상 기온으로 과일은 흉작이고 비쌀 줄 알았는데 웬 걸 다 좋았다. 어제가 추석인데도 보름달 대신 비가 하루 내내 내렸고,, 예보는 오늘도 비가 내린다니 아침부터 창밖을 자주 보게 된다.
추석은 "풍성" 이 대명사이다. "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는 속담이 이런 의미인 줄 믿는다. 농사짓던 시절,,그럼에도 배 골았던 시절,,객지 나가면 고향 오기 어려웠던 시절의 소망과, 향수와 문화가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는 탓일 테다. 그러나 차례는 진작에 지내지 않는 문화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추석 전날 동네 빵집의 주인 영감도, " 형이 죽고 내가 제사를 가지고 와서 그동안 20년을 지냈는데 올해부터는 말려고 해요, 생각해 보면 돌아가신 분들이 잡숫는 것이나 복 주는 일도 아니고요" 했고, 공항 출국장도 역대 최고 인파가 몰렸다니 그 변화를 알만하다.
어렸을 때부터 추석은 설날과 함께 반갑지 않은 명절이었다. 이북이 고향이신 아버지의 쓸쓸함을 보았고, 시절이 시절이었던 만큼 이웃들에게서 궁핍한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성도들이 예배와 기도회와 빈약한 이웃들 보다 명절에만 마음 쓰는 일이 마뜩잖다. 주 믿는 성도들에게 곧 추수감사절이 있는데 추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보름달에게 소원을 비는 일도 없고, 냉장고와 마트에는 온갖 물품이 365일 가득하고, 살찜이 두려워 다이어트에 돈을 쓰는 시대인데,, 그럼에도 전통과 문화의 상속민이 된 듯,, 먹고 노는 일을 크게 여기고 있다.
이번 추석도 아버지 산소를 혼자 다녀왔다. 여건 상 형제들과 갈 수 없을 듯해서 불현듯 다녀온 것이다. 또 풍성치 못할,,쓸쓸할 주변 이들이 기도 중에 생각났기에 찾아 만나고자 한다. 내게 풍성한 추석이란,,손주들을 돌보느냐 애쓴 아내에게 쉼이 있고, 밀린 숙제처럼 못다한 성경 읽기와 기도를 하며 영적 포만감을 누리려 한다.
고전10:14) 그런 즉 내 사랑하는 자들아 우상 숭배하는 일을 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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